실존주의 심리학(existential psychology)은 실존주의 철학에 그 뿌리를 둔 심리학이다.
실존주의(existentialism)는 인간 존재에게 주어진 궁극적인 속성인 실존(existence)에 대한 탐구를 기본으로 하며 죽음, 자유, 고독, 무의미와 같은 존재의 궁극적인 문제를 다루는 동시에 이를 직면함으로써 삶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의미를 발견하는 진실한 삶을 살게 하는 실천의 철학이다.
이에 기반하고 있는 실존주의 심리치료는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실존 상황을 직면하여 인식하고 자신의 삶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여 실천하는 주체적인 삶을 삶도록 돕는다.
죽음은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불안의 원천이다.
인간은 죽음이라는 실존적 조건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실존적 심리치료는 명료한 이론체계나 구체적인 치료기법을 중시하지 않으며 단일한 이론으로 체계화되어 있다기보다는 일종의 치료적 철학으로서 다양한 입장이 존재한다.
현대인의 심리적 문제 중에는 죽음을 비롯하여 고독이나 무의미와 같이 인간의 실존적 상황과 관련된 것이 많다.
많은 현대인들이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 채 허무감과 무의미감을 느끼는 '실존적 우울증'에 빠져 있다.
실존적 심리치료는 내담자의 심리적 문제를 인간의 실존적 조건에 초점을 맞추어 이해하고 치료하는 접근방법이다.
1. 성격 이론
실존주의 심리학자들은 개인을 범주화하거나 진단하는 규정적 모델을 배격한다. 실존심리학의 관점에서 개인의 삶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실존적 불안이다. 실존적 불안은 불쾌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억압되거나 회피될 수 있으며 정신병리를 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존적 불안은 진실한 삶과 성장을 촉진하는 건설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인간을 유형으로 구분하거나 구성요소로 분해하는 성격이론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인간의 성격적 역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갈등은 욕망의 억압이나 어린 시절의 갈등이 아니라 개인과 실존적 조건 간의 갈등, 즉 실존적 불안이다. 실존적 불안은 죽음, 자유, 소외, 무의미함이라는 실존적 조건의 불가피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Yalom, 1980).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실존적 조건, 즉 인간의 궁극적 관심사에 개인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의 성격과 삶이 달라진다.
(1) 네 가지의 실존적 조건
① 자유와 책임
인간에게는 죽음 이외에 정해진 것이 없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매 순간 삶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이러한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기도 어렵다. 우리는 자유(freedom)를 불안의 근원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인간 존재는 불확실성이라는 물결 위에 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실존적 불안의 근원이다. 자유의 불안을 직면하지 못하는 사람은 의존적인 인간관계나 독선적 이념 혹은 종교에 빠져들 수 있다.
Sartre는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을 거부하는 사람을 언급하면서 '나쁜 신앙(bad faith)' 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의 미래를 선택해야 하며, 살아있는 한 이 선택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Frankl는 자유와 책임의 연관성을 강조하면서 미국 동부 해안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이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서부 해안에 책임의 여신상이 건설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자유는 책임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자유와 책임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것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 실존철학자들의 공통된 주장은 인간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있어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 세상에 던져졌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과 변화되는 모습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인간 실존의 중요한 특징은 자유이므로, 인간은 자신의 삶을 이끌어야 할 책임(responsibility)을 스스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고 때로는 선택의 자유를 포기하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나는 이런 기질을 지니고 태어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거나 ’나는 불우한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럴 수밖에 없다' 등의 합리화를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도 있다.
② 고독
인간관계와 관련된 정신병리는 실존적 소외에 대한 두려움에 뿌리를 두고 있다. 부적응적인 대인관계는 고독과 소외에 대한 방어이거나 타인과 진정한 관계를 맺기보다 상대방을 이용하려는 관계를 반영한다. 실존적 소외에 직면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압도되면, 타인을 고독에 대한 방패로 사용하여 지배적이거나 소유적인 관계에 집착할 수 있다.
인간은 타자와 분리된 개체로서 근본적으로 고독한 존재다. 또한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단독자다. 인간이 얼마나 철저하게 고독한 존재인지 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소외(isolation)란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으로서 대인관계의 고립을 넘어서는 것이다. 인간은 타인과 아무리 친밀한 관계를 맺더라도 결국은 닿을 수 없는 궁극적인 간격이 있다.
어떤 관계도 소외를 제거할 수는 없다. 우리들 각자는 실존적으로 혼자다. 하지만 사랑을 통해 소외의 고통을 경감함으로써 다른 사람과 소외를 공유할 수는 있다. 진정 고독한 자만이 참된 관계 맺기가 가능하다. 인간 존재의 고립된 상황을 인식하고 그것에 단호하게 직면하는 사람은 비소유적 사랑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③ 죽음
많은 현대인들은 죽음의 자각을 회피한 채로 Heidegger의 표현을 빌리면 "존재를 망각한 상태"로 살아간다. 과도하게 돈이나 일, 쾌락에 집착하는 것은 죽음에 대한 방어일 수 있다. 그러나 죽음의 불안은 의식의 표면 밑에서 끊임없이 인간의 삶에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정신병리는 죽음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결과다. 부적응적인 성격과 증상은 죽음에 대한 개인적 공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Krueger와 Hanna(1997)가 주장했듯이, “죽음에 대한 공포는 죽음을 회피하는 사람에게는 무력감을 초래하지만, 죽음의 불가피성을 수용하는 사람은 죽음의 회피로부터 유래하는 진부한 삶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죽음은 역설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죽음을 초월하든, 죽음에 직면하며 고양된 자각을 발달시키든, 죽음에 대한 갈등으로 동요하든, 죽음을 회피하거나 부인하든 죽음은 인간의 실존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삶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이다. 죽음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확실한 미래다. 죽음은 개인의 존재를 무력화시킨다.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다면 인생은 무슨 의미를 지니는가? 죽음은 인간에게 격렬한 실존적 불안을 야기한다. 죽음의 공포에 대처하기 위해서 개인은 죽음을 자각하지 않기 위한 방어적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실존철학자들은 죽음을 부정적인 것으로 보지 않으며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의 기본조건으로 여긴다. 역설적이게도, 죽음은 삶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어떠할 것인가? 유한한 삶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다. "기꺼이 생을 끝낼 준비가 되어 있는 자만이 생의 진정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는 Seneca의 말처럼, 죽음은 진정한 삶을 가능하게 해 주는 조건이다. 죽음을 인식함으로써 우리는 삶에서 더 큰 기쁨과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죽음을 직면하는 것은 자질구레한 근심으로부터 보다 본질적인 삶의 유형으로 전환하도록 한다.
④ 무의미
무의미한 세계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인간의 중요한 과제다. Bugental(1987)은 우리가 삶의 경험에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면 의미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의미는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부여하고 발견하며 창조하는 것이다. 행복하려고 노력하면 행복을 느끼기 어렵듯이, 의미를 찾고자 노력하면 의미를 발견하기 어렵다. 의미는 행복처럼 간접적으로 추구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Frankl, 1969; Yalom, 1980). 의미는 최선을 다해 일하고 사랑하며 창조할 때 생겨나는 부산물이다. 의미는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하는 것이다. 실존치료, 특히 의미치료는 내담자가 삶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돕는다.
인간 실존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절대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절대적인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인간이 자기 존재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절대적인 근거는 없다. 모든 것은 우연적이며 무의미하다. 이러한 무의미성(meaninglessness)과 무근거성(groundlessness)은 실존적 불안과 우울의 원천이다. Frank 역시 의미의 부재는 실존적 스트레스의 최고점이라 결론지었다. 인간은 의미를 필요로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없다. 그렇다면 의미를 지니지 않은 우주에서 의미를 필요로 하는 인간은 과연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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