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본주의 이론

인본주의 심리학(humanistic psychology)은 1950~1960년대에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던 정신분석과 행동주의 이론을 비판하면서 긍정적 인간관에 근거하여 새롭게 대두된 심리학의 입장으로서 제3의 심리학이라고 불린다.

Greening(2006)은 인본주의 심리학의 핵심적 가정을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정리하여 소개한 바 있다. ① 인간은 자신을 구성하는 부분의 합을 넘어선 존재로서 구성요소로 환원될 수 없다. ② 인간은 우주 생태계 속에서 실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독특한 인간사회 속에서 실존하는 존재다. ③ 인간은 자신에 대해서 자각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의식적인 존재로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자각한다. ④ 인간은 선택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책임의식을 지닌다. ⑤ 인간은 의도적으로 행동하는 존재로서 나름대로의 목표를 지향하는 동시에 인생에서 의미, 가치 그리고 창의적인 것을 추구한다.

정신분석이론은 인간을 근본적으로 성적인 욕구나 공격적인 욕구와 같은 동물적인 비윤리적 동기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조종당하는 존재로 보는 반면, 행동주의 이론은 인간을 로봇처럼 환경에 의해 조작되는 피동적인 존재로 본다.

이처럼 결정론적이고 기계론적인 관점에 근거하여 인간의 자유의지와 존엄성을 무시하는 기존의 심리학 이론을 비판하면서, 인본주의 심리학은 자기실현 욕구를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상위 동기라고 주장하면서 인간을 전체적이고 통합적인 존재로서 이해하고자 한다.

인본주의 심리학자들은 인간은 근본적으로 자기실현을 추구하는 성장지향적 존재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긍정적 인간관이 정신분석이론이나 행동주의 이론과 차별되는 인본주의 이론의 가장 큰 특징이며 그 대표적인 인물은 Maslow Rogers다.

 

1. Maslow의 인본주의 이론

Abraham Maslow(1908~1970)는 욕구위계론과 자기실현적 인간상을 제시하여 유명해진 미국의 인본주의 심리학자다. 그는 위스콘신대학교에서 실험중심적인 행동주의 심리학을 공부했으며 미국의 브랜다이스 대학교와 컬럼비아 대학교 심리학 교수로 재직하였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기존의 심리학에 대해서 회의를 갖기 시작했으며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면서 이를 인본주의 심리학이라고 불렀다.

 

(1) 욕구위계이론

Maslow에 따르면, 욕구의 가장 낮은 위계에 있는 것은 생리적 욕구로서 음식, 물, 산소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를 말한다. 이러한 욕구는 개체의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조건을 공급받기 위한 것으로서 다른 욕구에 비해 기본적이며 일차적인 욕구다. 둘째는 안전 욕구다. 이러한 욕구는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으며 안전하고 편안한 피난처를 갈구하는 욕구를 뜻한다. 또 이러한 안전한 삶을 항상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안정의 욕구도 이에 속한다. 셋째는 애정 욕구다. 인간은 의미 있고 강한 집단에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를 지닌다. 이런 소속감의 욕구는 다른 소속원으로부터 사랑과 보호를 받고자 하는 사랑의 욕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소속감과 사랑의 욕구는 타인과의 친밀하고 밀접한 관계를 통해 충족될 수 있는 대인 욕구의 바탕이 된다. 넷째는 존중 욕구로서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느끼고자 하는 욕구다. 자기긍지와 자기만족을 느끼기 위해 자신을 발전시키려는 욕구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높은 위계에 위치하는 것이 자기실현 욕구다. 이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잠재능력을 충분히 표현하고 발현하려는 욕구다.

Maslow는 성욕과 공격성을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로 여기는 정신분석이론과 인간을 백지로 간주하는 행동주의 이론에 반대하면서 자기실현 동기를 인간이 지향하는 가장 상위의 욕구라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행동은 다양한 동기에 의해 유발되는데 이러한 욕구들은 위계적 구조를 이루고 있다.

 

(2) 자기실현

Maslow는 자기실현(self-actualization)이라는 용어를 심리학계에 널리 알린 인물이다. 이 용어는 Kurt Goldstein(1934)에 의해서 '개인이 지닌 모든 잠재력을 발휘하려는 동기'를 지칭하기 위해 처음 사용되었다. 그에 따르면, 자기실현은 삶을 이끌어 가는 주된 동력으로서 결과적으로 개인의 능력을 최대화하고 인생의 행로를 결정하게 된다.

Maslow에 따르면, 자기실현에 도달한 사람들은 뛰어난 현실감각과 직업역량을 지닐 뿐만 아니라 독립성, 자율성, 깊은 우정, 유머의 철학적 감각 등을 지닌다고 한다. Maslow는 자기실현을 욕구위계이론에서 가장 높은 욕구에 위치시켰다. 그는 자기실현을 '개인이 잠재적으로 지니고 있는 것을 충분히 발현하려는 경향'이라고 정의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 안에 이미 깃들어 있는 고유한 속성을 표출하고 발현하려는 성향을 의미한다. 자기실현은 결핍을 채우기 위한 욕구가 아니라 성장을 추구하는 욕구로서 개인의 포부와 야망을 성취하는 데 기여한다. 따라서 자기실현 욕구는 생리적 욕구를 비롯한 하위욕구가 충족될 때까지 주도적인 것으로 떠오르지 않는다. 

 

 

(3) 자기실현적 인간

Maslow가 제시하는 자기실현적 인간의 15가지 특성은 ①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 ② 수용적 태도, ③ 솔직성과 자발성, ④ 창의적 태도, ⑤ 예민한 감상 능력, ⑥ 절정경험의 체험, ⑦ 자율성, ⑧ 혼자만의 시간에 대한 욕구, ⑨ 문화적 압력에 대한 저항, ⑩ 깊이 있는 대인관계, ⑪ 인도주의적 성향, ⑫ 비공격적인 유머감각, ⑬ 사명의식과 헌신적 태도, ⑭ 민주적인 인격구조, ⑮ 수단과 목적의 분별이다.

Maslow는 창조적 업적과 인격적 성숙을 통해 자아실현을 이룬 세계적인 위인들의 삶을 치밀하게 분석하여 자기실현적 인간(self-actualizing person)의 15가지 특성을 추출하였다. 이러한 분석에는 Abraham Lincoln, Thomas Jefferson, Eleanor Roosevelt, Albert Einstein, Sigmund Freud, Albert Schweitzer 등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위인들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며 15가지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지 않았지만, 대부분 신경증적인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운 건강한 성격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자아실현적인 사람들은 결핍동기보다 성장동기를 중시하며 살아간다. 이들은 성장을 위해서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고 익숙하고 편안한 것의 희생을 감수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존재가 되는 것에 대해서 마음 깊숙한 곳에 두려움을 지니고 있다. Maslow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새로운 변화를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개인적 성장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요나 콤플렉스(Jonah complex)라고 불렀다. 자기실현적인 사람들은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최대한 발현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